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이별 이야기



Thailand, Bangkok: Love goes by
Thailand, Bangkok: Love goes by by kool_skatka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어느 덧,

1년에 320일 이상 만나고 매일 연락하던 사람과 헤어진지 2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2년 이라는 시간동안 마음에서 놓지 못하고 방황하며,
추억에 머물러 있음을 깨달아 조금씩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오늘까지 흘러왔습니다.
만난 시간이 길든 짧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아픈 것 같지만
추억은 많으면 많을 수록 만났던 시간에 대한 정리가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과거를 생각해 보면 아쉬움의 시간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졌으면 어땠을까
좀 더 신경을 쓰고 생각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줬으면 어땠을까
때론 편히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미래의 멋진 사람이기 보다 현재의 따뜻한 사람이 되길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일에 지쳐 투덜대기 보단 힘들어 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헤어지고 나니 깨달아 가는 것들이 많고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의 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8년을 사귀면서 몰랐던 그 사람의 마음을 헤어진 후에야 조금씩 알겠습니다.

하지만 부질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헤어져 짧지 않은 시간으로 변하는 생활과 마음, 시간의 연고에 조금씩 무뎌지는 아픔으로
이제는 마음에서도 놓아 줘야 할 때임을 정해봅니다.

오랜시간 함께 해 많은 것들에 추억이 있습니다.
지금 있는 이 곳,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과 심지어 현재 앉아 있는 의자까지 그렇습니다.
8년 동안 사주거나 골라준 옷들은 물론 볼펜까지,
지난 10년 동안 쓰레기 말곤 버린것이 없으니 그 수가 상당합니다.

꼭 헤어져서 받았던 선물이나 관련된 것들을 돌려주거나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건 아닌데
그런 것들 때문에 스스로를 얽매이고 있는 것 같아 하나씩 정리하려고 합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 품목을 정해 정리하고
그 동안 일기에 써오던 그리움과 미안함, 반성과 기대도 그만 하려고 합니다.

헤어진 날부터 그 사람이 생각날 때면 달력에 표시를 했었습니다.
꽉 차있던 표시가 1년이 지나면서 드문 드문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었습니다.
아마 그 때부터 스스로는 정리를 해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시 시작할 수도 있을거란 희망에 기대어 의도적으로 잡고 있던건 아닌가 합니다.
이젠 그만해야 합니다.
 
여러번의 이별을 겪어 본 것이 아니라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세상엔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헤어진 후에 그 사람을 생각해 볼 때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간절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사람도 내가 행복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에서 지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어떻게 헤어졌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항상 그리워 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들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항상 행복하길, 건강하길 바라며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할 것입니다.

마음에서 놓으며 행복한 삶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라 위로하며 서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작이라 다독거리며
눈물 흘리지 않고 비교적 담담한 지금 이렇게 정리를 합니다.
이별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헤어짐을 정리하다 보니 누군가의 말 처럼 '또한 지나가리라'가 정답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픔을 애써 참지 않고, 잊으려 노력 하지도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같이 흐르다 보면     
저와 같이 이런 시간들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음 전체가 텅 빈듯 하고 채워보려 해도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으며
잊으려 술에 취해도, 밤새 울어 보아도 아침이면 어제와 같은 오늘이 시작되고
같이 다녔던 길을 걷게 될까 일부러 피해 다니는 아픈 시간들의 이별이지만
그 사람도 똑같이 느끼는 아픔임을 기억해 보면 우리가 행복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이별의 아픔에 힘겨워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큰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혼자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우리가 느꼈던 아픔이며 그 사람이 느끼고 있을 아픔 입니다.
이별은 삶의 과정, 이별 있기에 새로운 만남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이렇게 생각하며 정리를 합니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  (0) 2010.12.06
열정이 손을 들고 말 합니다.  (0) 2010.11.26
다시 시작하기  (0) 2010.07.14
지하철 에티켓  (0) 2010.06.22
착하지만 위선된 자, 날라리지만 솔직한 자  (0) 201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