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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지하철 에티켓


오랜만에 퇴근시간 지하철을 탔습니다.
보통 퇴근할 땐 집까지 걸어 다닙니다. 대략 1시간 정도 거리인데 살도 뺄겸, 운동도 할겸.
볼 일을 다 보고 신논현역에서 9호선 급행을, 운 좋게도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습니다. ^^

출발지이라 그런지 바로 출발을 안하더군요.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언제가나 하고 있는데 한 5분 정도 지났을까요. 만원 지하철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모였을 때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음..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더워 지더군요.

그렇게 9호선 급행 지하철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어여쁜 아가씨가 자꾸 신경이 쓰여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했습니다.

아... 요즘은 왜 그렇게 다들 예쁠까요..  거리를 지나다니면 안 예쁜 여자분들이 없습니다.
아는 두 분께 이런 말을 하니
한 분은 결혼할 때가 되어서 그렇다,
다른 한 분은 나이가 들어 장점을 먼저 보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러시더군요.
어떤게 맞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냥 다 예뻐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거리를 다니는 것이 행복합니다. ㅋㅋㅋㅋ
(헉, 그래서 퇴근할 때 집까지 걸어 다니는 건 아닙니다 ^^;;)

집중해 음악을 듣던 중 어느 역까지 왔는지 궁금해서 눈을 뜨니
사람이 너무 많아 출입구 위 모니터가 안보였습니다. 
고개를 뒤로 돌려 창문 넘어를 보니 노량진을 막 지나고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여의도라 곧 내려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망설여 지는 몇 가지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좌측, 우측의 내릴문을 확인해야 합니다. 
사람이 꽉 차있는데 내릴 곳을 잘못택하면.... 성격상 목적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합니다. --;
이어폰을 빼고 방송에 귀기울이니 오른쪽이라군요. (1단계 클리어! ㅋㅋㅋ)

다음은 자리에서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가 관건 입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면 서 있는 자리가 애매해지고
너무 늦게 일어나면 못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한 순간이 지하철이 도착역을 막 들어서 속도를 줄이기 시작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일어났는데.. 아.... 입구까지 생각보다 멉니다. --;;; 
사람이 많으니 손 조차 뻗을 수 없는 그 곳은 한 발짝 움직이는데 10M를 걷는 정도의
힘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내려야 한다는 목적으로 입구까지 헤쳐나가기로 마음 먹고 
바로 앞에 서 있는 여학생에게 "실례합니다" 말하며 지나가려는 순간!!!!!!!
여학생이 저를 바라보며 순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 표정을 보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냅니다. "저도 여기서 내리는데...."

어떻게 보면 정말 아무일도 아니었습니다.
어렵지 않게 일어 날 수 있는 일이고 나름 예의를 지키려 했기 때문에 괜찮았었습니다.
하지만 왜 인지 모르겠지만 집에 오니 그 여학생의 표정이 생각났습니다.
순간 당황하면서 자리를 비켜야 하는데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 체념한 듯 
자신도 내린다 표현하던 모습.

"실례합니다" 하면서 지나가려는 행동이 아니라
"여기서 내리세요?" 라고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최소한 당황하진 않았을까 하고요.

음... 참.. 별일도 아닌데 생각이 맴도는 건 당황하던 여학생이 예뻐서일까요? ㅋㅋㅋ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즐거울 수 있기를 바라며
조금 더 신경쓰자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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